통신비 인하… 중수부 폐지‘표되는 공약’ 무차별 베끼기… “정책 차별화는 물건너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3일 통신비 부담을 연간 37만 원(전체의 20%)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통신사들이 마케팅, 광고 선전, 배당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을 30%가량 줄이고 통신망 공동 구축 및 운영으로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내놓은 ‘반값 통신비’ 공약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김 전 지사는 통신사의 마케팅비용 및 광고비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통신망을 개방해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더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도 5년 전 대선후보 시절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베끼기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과거에 나왔거나 다른 후보가 주장하는 공약 중에 그럴듯해 보이는 공약을 무분별하게 베끼다 보니 ‘정책 차별화는 물 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가 지난달 말 발표한 결선투표제 도입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이 주장한 정책이고 경제민주화 공약 중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당내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의 공약이었다.
새누리당이 4일 대선 후 쌍용차 사태의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표를 의식한 따라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여러 차례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새누리당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지금까지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뚜렷한 철학과 정치적 신념이 담긴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를 받는다”며 “마구잡이식 베끼기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비슷해지면 유권자들이 이미지만 보고 투표하는 이미지 선거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