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 죄고 바닷길 차단”… 한미일 ‘이란식 제재’ 추진
분주한 외교부 북한이 10∼22일로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로비를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4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의 발사대에 2단 추진체까지 장착을 끝낸 데 이어 가림막을 설치한 채 3단 추진체를 장착하고 있다. 3단 추진체는 이르면 5일 장착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부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주도의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들어갔다. 아울러 3단 로켓이 모두 발사대에 장착되면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서애류성룡함을 서해로 파견해 로켓 궤적을 추적하기로 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도 동해에 1척, 오키나와 주변에 2척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도 7척의 이지스함을 한반도와 일본 주변에 배치할 계획이다.
새로운 대북 제재는 미국의 이란 제재와 유사한 금융과 해운 분야 집중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본부장이 로버트 아인혼 이란·북한제재조정관과 만나는 일정을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비확산 마피아’의 핵심인 아인혼 조정관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동결을 통한 금융 제재에 관여했던 강경파다. 당시 BDA 제재를 주도했던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차관보가 그의 팀에서 일하고 있다.
▼ 中, 北에 이례적 쓴소리… 제재 협조할까? ▼
임성남 미국행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대응책을 협의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어디까지 협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북한은 BDA 제재 이후 달러 대신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중국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식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북한이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은 북한에 고위 대표단을 보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한 직후 북한이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에 큰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북한으로부터 로켓 발사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과 일본에는 공식 발표 전에 계획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3일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잇달아 만났다. 우 대표와 지 대사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중국 외교부가 밝혔던 부정적인 견해를 재차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워싱턴=최영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