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 앞 썰렁 독도를 둘러싼 한일 외교 갈등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5일 오후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거리 화장품 가게들은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겨 한층 썰렁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명동역 인근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매장 ‘더 샘’의 김미연 매니저는 “9월부터 일본인들이 조금씩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며 “매출이 크게 줄자 일부 화장품 가게들은 매장을 내놓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장은 평소엔 개인 관광객들만 상대해도 충분히 매출이 나왔지만 손님이 뚝 끊기자 ‘가이드 장사(단체 관광객 유치 영업)’도 시작했다. 이날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만난 일본인 요시카와 메구미(吉川古谷仁·35·여) 씨는 “일본 내에서 독도 문제 때문에 ‘한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며 “한국에 온다고 하니 지인들이 위험할 텐데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외교 갈등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뚝 끊겼다. 9월 방한한 일본인은 30만8883명으로 작년 9월보다 3.8% 줄었다. 월별 일본 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10월에는 일본인 입국객이 26만9732명으로 작년 10월 대비 20.7% 급감했다.
일본인이 주 고객인 한나라관광은 11월 일본인 고객 수가 작년 같은 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권혜경 한나라관광 상무는 “일본 고등학교에서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기로 했는데 학부모들이 반대해서 취소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여행사들은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장하거나 미리 겨울휴가를 당겨 쓰고 있다”며 “일부는 인원 감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인들이 많이 묵는 롯데호텔서울은 일본인 투숙객 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 9월에는 25%, 10월과 11월에는 30%씩 줄었다. 업계는 내년 봄은 돼야 일본인 관광객 수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수학여행이나 기업 포상관광처럼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체 관광객이 급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본인 단체 승객 수는 10, 11월 약 30%씩 줄었다. 같은 기간 개인 관광객은 8%, 5% 감소했다.
○ “일왕 건드린 것에 민감”
최근 엔화가치가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엔 환율은 5일 현재 1314.73원으로 최근 1년간 최고점이었던 6월 4일(1514.80원)에 비해 13.2% 떨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연구원은 “쇼핑을 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은 환율에 민감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 민간 차원의 노력 나서야
정치 갈등과 문화 교류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에서 한류 공연을 여는 수준을 넘어 민간 차원에서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이해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며 “한국 관광객이나 민간단체들이 일본에 방문해 마중물을 부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이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에 와 본 일본인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일본인들에게 한국에 와 볼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남윤서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