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시즌3의 지난주 시청률은 9.2%였다. 10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인 SBS ‘정글의 법칙 W’에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앞선 시즌이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실력 있는 참가자가 많다는 중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후보가 거의 없다.
SM YG JYP 등 대형기획사가 주축이 된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시즌2도 첫 방송은 시청률 14%로 순항할 듯했지만 12.7%(2회), 12.6%(3회)로 내려앉았다. 게시판에는 “참가자들의 실력, 화제성, 스타성 다 부족하다” “시즌1 때는 시간 챙겨 가면서 봤는데 시즌2는 무덤덤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 오디션 피로감에 흔히 드는 근거들이다. 많긴 많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Mnet ‘보이스 코리아’, KBS2 ‘톱 밴드’ 등 신인 대상 오디션에다, 전직 아이돌 가수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준다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KBS2)까지 나왔다. 출연진도 돌고 돈다. ‘슈스케4’ 에 출연했던 임병석이 ‘보이스 코리아’에도 출연했다는 과거, ‘케이팝 스타’ 시즌2 성수진이 시즌1에도 나왔던 재수생이라는 전력 등이 그렇다.
그런데 그뿐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은 예측이 불가능한 ‘리얼리티’ 쇼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리얼’이 없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다음 단계에 진출하고, 때로는 탈락했다가도 조력자(주로 심사위원)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뒤 기대만큼 실력 발휘를 못해(주로 출연진 간 갈등이나 개인 컨디션 때문에) 가슴을 졸이다가 결국 멋진 공연으로 우승한다는 ‘공식’이 이젠 식상해졌다. 너무 전형적이어서 리얼이 아니라 억지처럼 느껴진다.
평론가 이광호 씨는 “세상이 공평하다는 알리바이가 더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 준 것은 재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 이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은 이슈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이름도 빠르게 잊혀 갔다. 슈스케 시즌4의 우승자는 ‘가난하고 외모도 별로지만 노래 하나는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생기고 집도 부자인’ 갖출 것 다 갖춘 사람이었다.
현실은 TV처럼 거침없이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는 사실, 재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신화였다는 깨달음이 ‘오디션 피로’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