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연재 인기 웹툰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작가
매주 월, 금요일 연재되는 네이버 인기 웹툰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작가는 본인과 실제 여자친구도 웹툰에 등장시켜 만화의 현실성을 한층 높인다. 이 작가가 최근작 ‘미래에서 온 동건이들’ 중 유부남이 된 동건을 그린 태블릿을 들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네이버 웹툰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작가(32)는 아니마(남성 속의 여성성)가 넘치는 만화가다. 여성보다 섬세한 시선으로 커플과 싱글들의 달콤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직장인과 백수들의 에피소드를 쫀쫀하게 풀어놓는다. 호감을 주는 상대가 문자메시지를 보내오자 답장에 쓸 문구를 고르려고 최측근들을 소집해 긴급비상회의를 여는 싱글 여성, 출근길 버스 안에서 동영상 영어 강의를 보다 문득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에 갈 계획이 있는가? 즐겨보는 미드에 자막이 없어 불편한가?’ 하고 자문하며 5초간 고민하다 그냥 자버리는 직장인, 침대에 누워있다 일어나기 귀찮아 남동생을 불러 불 좀 꺼달라는 누나…. 작가가 그려내는 에피소드에 매번 재미를 느끼다 3일 경기 일산 작업실 근처로 그를 불러냈다.
―여성보다 더 섬세하다는 평을 받는다.
―1인 디자인문구 회사를 차렸었다고 하던데….
“‘달콤한 회사’라는 디자인문구회사를 만든 후 스티커 제품으로 ‘달콤한 인생’을 만들었다. 제품을 홍보하고자 블로그에 만화를 올린 게 계기가 돼 2010년 여름부터 웹툰을 그렸다. 회사는 망했지만 그때 만들었던 스티커와 포스트잇이 아직 잔뜩 있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들의 일상을 들려 달라”고 해서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하필 이 대목을 콕 집어 인터뷰 후기로 그려 보내왔다. 이동건 작가 제공
“자극적인 소재나 말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굳이 그런 소재가 아니어도 웹툰을 충분히 재밌게 그릴 수 있고 다수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웹툰 초반엔 솔직히 악플이 두려워 자기검열도 했는데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자극적인 욕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사람 대신 토끼를 등장시킨다.”
“실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두고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재주가 없다. 내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게 즐겁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즐겨보는데 읽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구성과 시놉시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가. 별것 아닌 소재로 지루하지 않게 한 편을 그려내고 독자들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자극도 많이 받는다.”
이 작가는 웹툰 연재작을 한데 묶어 다음 달 말 단행본을 펴낸다. 웹툰의 에피소드 가운데 3분의 1만 추려 묶을 계획이다. “‘달콤한 인생’이 친근한 만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어렵거나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만화로.”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