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의 스승’ 쑨리핑 칭화대 교수의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스승이 지난 정권 10년의 과오로 인해 사회 기층에서 정부에 집단반기를 드는 ‘조용한 혁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정권이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하면 민심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에 화답하듯 시 총서기도 당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정권 초기 고강도 정풍(整風)운동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말하는 혁명의 근거는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와 광둥(廣東) 성 우칸(烏坎) 촌 시위로 대표되는 민중 항거다. 그는 “관리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악행 위임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치가 산산조각이 났고, 정부가 말하는 것을 백성들이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해결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며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주동적이면 주동적일수록 좋다. 늦게 단절할수록 피동적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을 당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쑨 교수는 “10년이 지나면 정부가 사과를 해도 백성을 달래기가 불가능할 것이며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면 (백성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무력진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발생하는 조용한 혁명은 중국의 변화를 강제하는 동력이다”라고 덧붙였다.
시 총서기도 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공산당을 포함해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넘어설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단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총서기의 이런 언급들은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라 법치와 글로벌 규범으로 정권 초기 규율 확립을 위한 정풍 운동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