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을 울리는 시쓰기 교육
시를 읽으면 플라톤의 영혼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하늘에서 노닐던 영혼이 실수로 날개를 잃어 땅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떨어진 영혼의 조각을 주워 담은 자루가 바로 육체랍니다. 그런데 육체는 망각의 자루여서, 인간이 육체를 쓰는 순간 영혼은 자신의 고향인 하늘을 잊어버리고 만답니다. 다행히 철저히 잊은 것이 아니어서 고향에 대한 기억의 편린이 남게 되지요. 영혼이 고향을 기억하는 순간, 인간은 고개를 곧추세우고 잃어버린 고향인 하늘로 돌아가려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이 사색행위라고 플라톤은 말합니다.
시인 네루다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시를 정의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시를 정의한다면 플라톤이 말하는 ‘고향-상실-회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는 영혼의 내면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 영혼을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지요.
국어교사가 가르치기 가장 어려운 장르가 시라고 하면서 시 교육을 잘할 수 있는 수업모형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어느 강의에서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시를 베껴 쓰면서 느꼈던 영혼의 ‘울림’ 같은 것을 아이들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박두진의 시 ‘해’를 비슷한 낱말로 바꿔 쓰게 했습니다.<표1 참조>
《이런 수업이 생소해서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집에 가서 밥을 먹다가도 어떤 낱말을 골라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재미가 붙었다. 시를 다 써 놓고 보니 그럴듯해보였다. 나도 시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참에 시인이 되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박두진 시인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시를 망친 것 아닐까?
‘시인님! 낱말 하나 하나, 소재 하나 하나 고르는 것이 무척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시인님 제가 시를 망쳤나요? 죄송해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시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늘 소설이나 산문만 읽었는데요. 이제 시가 조금 마음에 와 닿아요. 시인님, 저도 시인의 꿈을 가져도 될까요?》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당장의 결과물보다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어느 여중생이 이런 학습일지를 남겼습니다.
강의를 들었던 국어교사는 시의 내용을 비슷한 단어보다는 반대 의미의 단어로 쓰는 게 훨씬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집중해서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과 마음을 나눴을 때가 교사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시를 읽으며 그동안 얼마나 아프게 살았을까 싶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또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학생의 내면에 이런 글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점이 보람이었다고 했습니다.
정태선 동화작가·책끼읽끼 소장
플라톤이 말했듯이 시 교육은 영혼을 위한 교육입니다. 매주 토요일 동아일보에 실리는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 코너에 실리는 시와 그림으로 상상력을 펼쳐보세요. 우리의 일상으로 풀어낸 해설로 몰입시킨 다음 유의어-반의어로 바꾸어 시를 다시 쓰게 하는 수업으로 학생의 영혼에 울림을 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