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에도 대선 테마주 시장은 여전히 ‘安風’
안 전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대선 테마주 시장에선 여전히 ‘안풍(安風)’이 불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언행 하나하나에 대선 테마주 주가가 실적과 상관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지지에 매달리는 문 후보 테마주는 사실상 안철수 테마주로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5일 코스피시장에서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가는 20% 넘게 널뛰기했다. 하한가에서 장을 시작한 두 종목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안 전 후보가 오후 2시에 문재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안 전 후보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확산되며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가는 급락했다. 결국 전날보다 각각 2.99%, 5.49%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우리들생명과학은 이날 7000만 주가 거래돼 상장주식 7900만 주가 한 차례 손 바뀜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만큼 단타매매가 극심했던 셈이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테마주 투자자들이 안 전 후보의 지원사격에 전적으로 투자판단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자 다음 날 테마주 주가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일 코스피시장에서도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안 전 후보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지 않자 또다시 하한가를 보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테마주도 안 전 후보의 ‘입’에 주가가 출렁이긴 마찬가지다. 안 전 후보의 기자회견 소식에 5일 9.94% 하락했던 EG는 기자회견이 무산된 뒤 첫 거래일인 6일 2.59% 상승하며 마감했다.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의 주가도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일부 문재인 테마주 투자자는 6일 오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직접 만나 본격적으로 지지에 나선다는 소식이 퍼지자 ‘내일부터 연속 상한가 갈 것 같으니 무조건 매수에 나서자’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곽모 씨(31)는 “일주일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는데도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팀장은 역시 “실적에 토대를 두지 않은 테마주의 주가가 얼마나 허망하게 오르고 내리는지 최근 잘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투자는 헛된 기대가 아닌 실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