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부랑자에게 떠밀려 선로에 떨어진 뒤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사망한 재미동포 한기석 씨(58)의 비극적 죽음을 두고 같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선정적 보도로 유명한 타블로이드신문 뉴욕포스트는 4일자 1면에 ‘선로에 떠밀려 떨어진 이 남자, 죽으려고 한다’는 제목과 함께 한 씨가 달려오는 열차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우마르 압바시로 그는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그를 잡아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러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NBC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압바시 자신에게도 “왜 한 씨를 구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한 씨를 끌어올리기엔 너무 멀리 있었고 대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정지 신호를 보내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군색하다. 뉴욕타임스는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기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라면 배트맨 같은 슈퍼영웅이 등장해 한 씨를 구해 주었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씨는 부랑아를 제지하려다 변을 당했으나 시민은 구조 대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