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동 안팎… 선거지원 어떻게
안철수 전 후보는 3일 해단식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밝힌 후로도 사흘 동안 지원 방식에 침묵했다. 안 전 후보가 6일 오후에야 문 후보를 만나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이날 오전 문 후보가 ‘정치혁신과 민주당 쇄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이날 오후 문 후보 지원에 나서겠다며 밝힌 발표문에도 “오늘 문 후보가 새 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는 부분이 포함됐다. 문 후보가 정치혁신을 약속한 건 이날 오전 11시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출범식에서였다. 안 전 후보는 이 회견을 본 뒤 오후 1시 문 후보에게 연락했고 회동키로 했다.
문 후보는 출범식에서 “안 전 후보와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정당혁신, 계파정치와 편 가르기 구도 해소, 모든 기득권 포기와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점을 굳게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제기된 의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조정’을 언급했다. 안 전 후보가 강하게 제기해 ‘새정치공동선언’에 포함됐으나 지난달 단일화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축소가 아닌 조정’이라며 안 전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던 것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3일 해단식 이후 지원 기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문 후보 측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며 “정치한 지 얼마 안 된 안 전 후보가 능숙한 정치인처럼 마냥 웃으며 문 후보와 손잡기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느낀 문 후보와의 이념적 차이도 결심을 늦추게 된 배경이다. 안 전 후보는 최근 소통자문단과의 오찬에서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잘 아울러야 한다”며 “어느 쪽이든 펀더멘털한 사고(근본주의)로 세상을 개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전폭 지원에 나선 만큼 문 후보와의 공동유세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7일 문 후보가 방문하는 부산 남포동에서 공동유세와 함께 ‘부산 시민과의 길거리 번개’를 통해 독자 행보에도 나선다. 이후에도 독립적 조직을 꾸려 전국에서 유세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 후보가 6일 출범시킨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의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안 전 후보는 대선에서 문 후보를 적극 도왔다는 자산을 활용해 신당 창당 등 자기 정치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사람이 이날 합의문에서 “대한민국 위기 극복과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국정 협력을 포함해 넓은 개념이고 ‘새정치공동선언’에서 두 사람이 합의한 국민연대 개념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침 문 후보도 이날 오전 “집권하면 지역,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안 전 후보를 포함해 그를 도왔던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안 전 후보 캠프의 조용경 전 국민소통자문단장과 일부 자문위원들은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를 반대한다”며 이날 별도 모임을 가진 뒤 7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단일화 완성과 대선 승리를 위해 문재인 후보 지원에 나선다.
―정권교체는 새 정치의 시작. 그 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힘을 보태겠다.
―나를 지지해 주신 분들도 함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