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들이 ‘반값’과 같은 자극적 제목을 내건 선심성 공약 보따리를 풀어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국민 걱정을 반으로 줄이겠다”며 가계부채 해결, 0∼5세 무상보육, 고교까지 무상교육 확대, 대학 등록금 부담 반으로 완화, 4대 중증 질환 100% 건강보험 부담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서민의 어려움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필수 생활비 반값’ 공약으로 맞불을 놓았다. 문 후보는 본인 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월세 바우처 제도를 통해 의료 교육 주거비 등 필수 생활비를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공약은 달콤하게 들리지만 충분한 재원 조달 방안이 없으면 선거 때마다 나오는 거짓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성장률 6%를 (공약으로) 내놓기에 약이 올라 7%로 올려 내놓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임기 중 우리 경제는 세계 평균(4.7%)보다 낮은 연평균 4.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747 공약(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도 경제위기 등으로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올 3분기(7∼9월) 한국 경제는 전분기보다 0.1%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어두운 신호다. 차기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경제와 민생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내놓는 공약은 집권 후 부메랑이 돼 경제 운용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이나 이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