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판박이 대응으론 도발 못 막는다
이런 판박이 대응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할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이 주도한 다각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월16일 예고한 미사일 발사를 4월 13일 단행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북한은 외부의 압박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똑같은 방식으로는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어렵다.
김정은은 어떤 인물인가. 그의 진면목은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벌어진 열병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한의 선전방송을 보는 것은 고역이다. 필자는 앞으로 북한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 2시간이 넘는 북한의 중계방송을 3번이나 돌려봤다. 열병식의 김정은은 아내 이설주를 공개하고 놀이기구를 즐기는 그의 모습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김정은은 중저음의 단조로운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었다. 탁자에 손을 짚거나 가끔 몸을 좌우로 흔들며 지루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이 써준 연설문을 억지로 읽은 것이다. 그러나 각종 무기가 등장하고 수천 명의 병사가 등장하는 열병식이 시작되자 그는 딴사람이 됐다. 박수를 치며 웃고, 단상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여 내다보고, 옆에 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이영호 총참모장에게 질문을 던지고…. 병정놀이에 신이 난 철부지의 모습이다. 김정은의 경박스러운 반응을 보면 대규모 무기와 병력을 동원하는 무력 도발을 컴퓨터 게임 정도로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든다.
김정은의 ‘미사일 불꽃놀이’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를 아버지의 사망 1주기를 추모하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불꽃놀이’로 생각할 것이다. 10대 시절 그의 스위스 유학을 떠올리며 변화를 예측했던 일각의 희망 섞인 분석은 이제 접어야 한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는 영국에 유학해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4만 명이 넘는 국민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전을 계속하고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