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이후 남성을 앞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취업자 중 전문관리직 종사자 비율도 2002년 14.9%에서 2010년 21.0%, 2011년 21.4%로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135개국 중 108위에 그쳤다. 남녀의 임금 격차는 117위, 고위직 비율은 104위에 맴돌고 있다. 기업과 공직에 진입하는 젊은 여성은 많아도 대다수가 비(非)핵심적 업무에 머물러 있음을 반영하는 수치다.
▷최근 출간된 ‘남자의 종말’이란 책에선 인류 탄생 이래 4만 년 동안의 남성 지배 사회가 지난 40년 동안 엄청난 변혁을 맞고 있음을 알린다. 단순한 힘이 쓸모없어진 후기 산업사회의 진행 방향은 여성이 주도권을 쥐는 가모장(家母長)제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변호사 약사 등 미국의 전문직 관리직의 여성 비율은 1980년 21.6%에서 2011년 51.4%로 늘었다. 중국 민간기업 중 40% 이상은 여성들 소유다. 여성인력의 활용은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 사회의 생존전략이란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