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대니얼 불런 지음·최다인 옮김/552쪽·1만6000원·책읽는수요일
이 책은 다섯 쌍의 유명한 예술가 연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를 앞서갔던 그들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살펴본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학적인 사랑, 사진작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와 꽃의 화가로 유명한 조지아 오키프의 독립적인 사랑,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지적인 사랑,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성스러운 사랑,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의 악마적인 사랑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이들은 통념에 비춰 봤을 때 철없이 이성을 만나고 싶은 대로 만나는 ‘앙팡 테리블’이거나 본인의 자유와 연인 간의 애정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은 ‘문화영웅’이었다. 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사랑 방식이 창조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거나, 더 나아가 ‘탈(脫)일부일처제’ 같은 혁신적인 대안적 삶을 제안한다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유명 예술가들의 끈적끈적한 사랑 이야기만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단편적인 연애사로만 받아들이는 것보다 자신이 꽂힌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할 때 펼쳐 드는 것이 책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일 듯하다.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은 독자의 취향과 예술적 관심사에 따라 와 닿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리란 점이다. 여담이지만 상대의 외도로 갓 이별을 경험한 독자라면 고통이 배가될 수도 있음을 경고해두고 싶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