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지원 손익계산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한 안철수 전 후보의 선택은 그의 정치 손익계산서에 득(得)과 실(失)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득이 실보다 많다면 향후 정치행보에 날개를 달게 되겠지만 실이 더 많다면 대선용 불쏘시개 역할로 끝날 수도 있다.
○ 得, 범야권 지분 확보로 차차기 도모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가 진보성향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지 않게 됨에 따라 범야권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차차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7일 “안 전 후보로선 소극적으로 문 후보를 도왔다가 패할 경우 정치적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미래를 내다보며 정치적 실리를 극대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설령 문 후보가 지더라도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나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대선 후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 정치’를 구사하며 다시 한 번 정치적 영향력을 대중에게 과시한 점도 ‘정치인 안철수’의 체급을 한층 올리게 했다는 평가가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특유의 ‘신비주의 정치’로 정치력을 극대화한 것과 비교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 궁색해져버린 새 정치
불과 며칠 전까지 여야를 싸잡아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던 안 전 후보는 새 정치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쫓기듯 ‘진영 정치’로 복귀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가 궁색해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후보 사퇴 이후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고 토로했음에도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한 것은 자기모순이란 비판도 팽배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중도·무당파를 중심으로 보수세력까지 아우르려고 했던 안 전 후보의 중장기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보수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