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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열악한 교육여건 개선” vs “폐교로 농촌 더 황폐화”

입력 | 2012-12-10 03:00:00

■ 충북 농촌지역 소규모 중학교 통폐합 논란




1971년 3월 개교 당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산척중학교 첫 입학생이 171명이었고, 한창 때는 전교생이 6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 전교생 수는 도시 중학교의 한 학급 학생수와 비슷한 35명에 불과하다. 결국 이 학교는 충북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소규모 중학교 통폐합과 기숙형 중학교 설립’ 대상에 포함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동문들과 일부 학부모, 교사 등이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충북도교육청이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진행 중인 소규모 중학교 통폐합과 기숙형 중학교 설립을 놓고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도교육청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도농 교육격차를 줄이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단순히 통폐합 문제를 넘어선 농촌지역의 황폐화를 가속화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괴산 충주 제천·단양 영동에 ‘기숙형 중학교’ 설립

지난해 충북 보은에 전국 첫 ‘기숙형 중학교’를 연 충북도교육청은 다른 지역에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우선 내년 3월에 장연 목도 감물 3개 중학교를 통폐합한 기숙형 중학교인 오성중(6학급·180명)이 개교한다. 또 영동에서는 2015년까지 상촌 용문 황간 3개 중학교를 통합해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기로 하고 학부모 설문조사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충주에서는 앙성 노은 신니 산척 4개 중학교를, 제천·단양에서는 청풍 수산 덕산 한송 등 4개 중학교를 각각 통폐합해 2015년 기숙형 중학교로 개교할 계획이다.

기숙형 중학교는 도농간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기숙사비와 급식비, 특기 적성 교육비 등이 전액 면제된다. 또 초빙 교원제, 연구학교 지원,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이종석 충북도교육청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단장은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여 있던 농촌지역 중학생들에게 기숙형 중학교는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장점이 많아 학부모와 학생 모두 선호하고 있다”라며 “특히 농촌 조손가정이나 결손가정, 다문화 가정 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지역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니 타 시도에서도 농촌지역 기숙형 중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폐교 아닌 활성화 대책 만들어야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기숙형 중학교가 폐교된 학교 지역의 주민 이탈 등으로 농촌지역 황폐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헌 산척중 교무부장은 “도교육청이 1년 9개월밖에 안 된 속리산 중학교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학교 통폐합을 위한 ‘꼼수’”라며 “농촌 인구와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학교를 없애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귀농을 장려하고 있는데 학교가 없는 곳에 누가 선뜻 귀농하겠다고 결정하겠느냐”라며 “‘1면 1개 중학교’ 원칙 하에서 농촌 중학교 정책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영환 신니중 총동문회 부회장은 “교육청에서 통폐합 대상 학교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의견을 듣고, 공청회가 아닌 일방적인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해당 지역 주민과 동문회 등 지역사회 구성원을 상대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어려워진 농촌과 농업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큰데 정작 귀농인들의 자녀를 위한 학교가 없으면 귀농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