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메이커는 미국에서 주로 부두 노동자를 중심으로 마셨다. 북미지역 보일러공 및 선박 같은 대형 철제 구조물의 제작, 유지, 관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산별노조인 ‘보일러메이커 국제형제애’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위스키잔을 담근 맥주잔에서 입을 한 번도 떼지 않고 다 마실 때만 보일러메이커라고 부른단다. ‘원샷’을 하지 않을 때는 ‘어 숏 앤드 어 비어(a shot and a beer)’라고 한다. 위스키 한 잔에 맥주 한 잔인 셈이니 쓴 위스키를 털어넣고 연이어 맥주로 입가심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 할리우드 남성 스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TV드라마 ‘안투라지’에 주인공들이 사케봄을 마시는 장면이 나왔다. 일본 술 사케에 폭탄을 뜻하는 ‘봄(bomb)’이 붙은 이 술은 맥주에 사케를 집어넣는 것 말고는 폭탄주와 똑같다. 맥주잔에 걸쳐 놓은 젓가락 한 벌 위에 사케잔을 올리고 테이블을 쳐서 아래로 빠뜨려 마신다. ‘도미노주’를 시연하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떠 있다. 한국인에게서 폭탄주를 배웠다는 일본인이 대다수인 걸 보면 사케봄도 폭탄주의 아류 같다.
민동용 주말섹션 O2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