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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음주사고… 피해 가족들엔 평생의 고통

입력 | 2012-12-10 03:00:00

10년만에 재회한 남편 잃고…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된 아들 뒤치다꺼리…




9월 30일은 추석 명절이었지만 쉴 수 없었다. 치킨집 주인 김모 씨(51)에게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10시에 125cc 오토바이를 몰고 직접 배달에 나섰다. 가게를 나선 지 5분 뒤 인천 중구 항동 7가의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 씨는 3일 만에 숨졌다. 사고를 낸 김모 씨(36)는 경찰에서 “소주 2병을 마신 뒤 여자친구가 밤바다를 보러가자고 해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흔히 만취상태라고 표현하는 0.125%(면허 취소 수준)였다.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지 8개월, 가게를 연 지 25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4번이나 부도를 맞고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그는 전국을 떠돌며 일했다. 선원부터 택배기사까지 일을 가리지 않은 그는 빚 5000만 원이 남긴 했지만 채무불이행자란 멍에에서 벗어났고 1월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고 뒤 가족은 가게를 급하게 처분하느라 2000만 원을 손해봤다. 음주운전자 김 씨와는 아직 피해금 합의도 되지 않았다. 아내 이모 씨(49)는 “이제 겨우 집에 웃음이 든 것 같았는데 행복은 잠시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음주운전을 한 김 씨는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음주운전 피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발생한다. 2006년 3월 광주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던 박모 씨(당시 31세)는 회식 후 술이 과해 주차장에 세워둔 선배 차량 조수석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만취한 차 주인은 박 씨를 태운 채 운전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박 씨는 전두엽이 손상돼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박 씨의 어머니 김 씨(58)는 졸지에 ‘초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돌아간 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합의금 3억 원을 받았지만 아들의 치료비로 이미 4억 원 넘게 썼다. 음주운전자 차량의 조수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자기과실 40%가 인정돼 원하는 합의금을 받지 못했다. 운전자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공무원인 남편이 은퇴하면 연금만으로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김 씨는 “음주운전으로 파탄 난 우리 가정은 이제 어쩔 수 없겠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아들을 거둬줄지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인천=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