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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 떨어지자 ‘적색경보’… 車사고-고장 신고 28배 솟구쳐

입력 | 2012-12-11 03:00:00

■ 한파-폭설로 ‘24시간 전시체제’ 삼성화재 콜센터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삼성화재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차량사고 및 고장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이달 5일 폭설이 내린 뒤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에 머물면서 이 콜센터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콜센터 측은 상담인력을 확충하고 점심시간을 줄이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승합차가 미끄러지면서 가로등을 들이받았어요. 운전자가 안에 갇혔는데 빨리 조치해주세요.”

1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삼성화재 콜센터. 황신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앰뷸런스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사고 발생 지점은 경기 고양시. 모니터를 보니 ‘1시간 지연’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고 및 고장 신고가 폭주해 현장에 직원이 출동하려면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의미였다. 황 상담원은 한숨을 내쉰 뒤 “신고는 잘 접수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56년 만의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자동차 손해보험사의 콜센터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고 및 고장 신고가 빗발치면서 직원들은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점심시간도 30분으로 줄였다.

○ 56년 만의 한파에 초비상

 

삼성화재는 5일 낮 12시 반 서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마자 비상근무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적색경보 체제’에 돌입했다. 5일 서울에 쏟아진 눈은 7.8cm로 1980년(15cm) 이후 12월 적설량으로는 가장 많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의 기온은 12월 초순 영하 7.1도로 1956년(영하 8.5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콜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는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워크포스매니지먼트(WFM)센터. 벽면에는 콜센터 접수 건수 그래프와 기상청의 날씨 예보 모니터, 24시간 뉴스가 켜져 있는 TV 등이 달려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영태 씨는 삼각김밥으로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컴퓨터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날씨와 기상청 예보를 24시간 지켜보면서 필요한 상담인력을 예측해 적기에 추가 투입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날은 적색경보가 발효된 후 가장 바빴다. 기상청이 이날 오전 영하 9도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실제 기온은 영하 11도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8시부터 15분가량은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였다. 센터는 3300여 건의 전화가 걸려올 것으로 예측하고 상담원을 배치했지만 수은주가 영하 11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화는 1만3349건으로 순간적으로 평소(약 500건)의 28배로 솟구쳤다. 결국 주말과 야간에 근무할 상담원까지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 상담원 교육 인력까지도 상담원으로 총동원했다. 김 씨는 “기상청 예보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고객들의 콜센터 대기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 폭설로 하루 100억 원 손해

 

삼성화재는 이처럼 폭설이 내리면 차량 사고 및 고장에 대한 보험금 지급으로 하루 평균 100억 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보험업계 전반으로는 폭설에 따른 피해액이 하루 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특히 기온이 1도씩 떨어질 때마다 차량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차량 고장 및 신고 건수도 요동을 친다. 삼성화재가 최근 3년 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지면 고장은 165% 늘고, 영하 12도면 220%, 영하 14도면 277% 증가한다.

삼성화재 콜센터는 올해 기온이 낮을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지난해보다 비상 근무일수가 5∼7일 추가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 콜센터를 운영하는 애니카서비스의 서인석 콜지원파트 책임은 “올겨울 근무는 유난히 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