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거리 곳곳에 생겨난 오락실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게임들이다. 방식은 단순하다. 벽돌을 쌓아 빈틈을 없애거나(테트리스), 위에서 날아오는 비행기를 쏘아 격추시키거나(갤러그), 같은 모양의 블록 세 개 이상을 모아 터뜨리는 식(헥사)이다.
요즘의 PC 게임들과 비교하면 싱거워 보이지만 즐길거리가 많지 않았던 당시에는 인기가 높았다. 오락실에서는 갤러그나 헥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릴 정도였고, 게임이 끝나면 화면에 나타나는 고득점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몇 번씩 연속으로 게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개인용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자 이들 게임을 PC용으로 변환해 즐기는 이도 늘어났다.
○ 추억의 퍼즐게임, 제2의 전성기
이랬던 추억의 게임들이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즐길 수 있고, 오랜 시간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아 이동하면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어서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이른바 ‘3 매칭 게임’으로 불리는 퍼즐게임이다. ‘애니팡’은 7월 말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으로 공개된 뒤 한 달여 만에 1000만 명 넘게 내려받으며 국민게임으로 거듭났다.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도 속속 등장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캔디팡’은 출시 20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넘겼다. NHN저팬이 선보인 ‘라인 팝’은 출시 10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넘기며 새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넥슨의 ‘퍼즐 주주’, 바른손게임즈의 ‘보석팡’도 유사한 방식의 퍼즐게임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갤러그 종류의 슈팅게임도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래곤 플라이트’다. 이 게임은 위에서 날아오는 적을 맞춰 없애는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때 애니팡에 몰렸던 이들이 대거 이 게임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국민게임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게임을 그대로 베끼거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기에 게임 방식 자체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게임 전체의 외관이나 효과의 표현방식이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최근 유행하는 퍼즐게임은 문제의 소지가 적다”고 주장했다. 실제 비주얼드는 게임 방식과 관련해 특허 출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불황과 복고문화도 한몫
일각에서는 퍼즐게임의 인기 원인을 불황, 일자리 부족 등의 사회현상에서 찾기도 한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어들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로 스마트폰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서 최근 내놓은 책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는 “답답한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결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라며 “소비자들은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복고문화 열풍도 퍼즐게임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게임은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활동인데, 과거에 사람들이 자주 즐겼던 단순한 방식의 퍼즐게임이 복고 열풍과 함께 새롭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