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도성의 서대문(西大門)은 돈의문이다. 정도전이 명명한 돈의문은 글자 그대로 의를 실천하는 데 힘쓴다는 의미다. 1396년(태조 5년) 지금의 사직터널 부근에 축조됐다가 1422년(세종 4년) 종로구 신문로2가 쪽으로 옮겨졌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왜군을 피해 의주로 피란 갈 때 이 문을 이용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711년(숙종 37년) 재건됐지만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제가 전차 복선화를 추진하면서 철거했다.
▷유네스코가 한양 도성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한 것을 계기로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복원되지 않은 돈의문을 복원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잠정 목록에 올라가면 1년 후에는 정식 등재신청 자격이 부여되므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성(山城)과 평성(平城)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울 성곽은 여러 시대의 축성기술이 혼합돼 있고 600년 도읍지의 역사와 백성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한양 도성은 길이 약 18km의 성곽 가운데 현재 12km만이 남아 있다. 멸실된 성곽 대신 돈의문이 복원되면 도성의 완성도가 높아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커진다는 견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