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인의 평가 “내용 없는 맹탕 토론”
토론 지켜보는 시민들 18대 대통령선거를 아흐레 앞두고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 토론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았다. 10일 저녁 서울역에서 갈 길이 바쁜 시민들이 TV 앞에 멈춰선 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형식에 발목 잡힌 토론회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태윤정 ‘선을만나다’ 대표는 2차 TV토론회를 “대중성의 결핍, 미래의 결여”라는 말로 압축해 설명했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설명도 약했고, 미래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패널 평가단은 TV토론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내가 이렇게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후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준섭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형식 때문에 유권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답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1분 30초로 답변 시간을 제한하고 반론-재반론 등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다 보니 내실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성욱 동아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기존에 다 나온 이야기를 또다시 반복한 것 말고는 별 의미가 없는 토론이었다”며 “방식에 대한 문제가 여전했다. 시간의 제약으로 기존에 했던 얘기들을 다시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 2차 TV토론회의 승자는?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이슈에서 박 후보가 수세에 몰릴 것으로 보였는데 오히려 차분하게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잘 설명했다”며 “역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박 후보와 충분히 대립각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태윤정 대표는 “문 후보가 참여정부의 적자임을 적절하게 부각시키는 박 후보의 방어전략이 절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성욱 교수는 “박 후보가 감정 컨트롤을 잘하면서 토론을 차분하게 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방어적으로 토론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박 후보의 답변이 느리고 수치를 적절히 제시하지 못해 똑 부러지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신준섭 교수는 “박 후보가 복지 분야를 얘기할 때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태윤정 대표는 “6억 원 수수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털어버리지 못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감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후보가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게 중도층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이 후보에게 ‘재벌 해체’의 실효성과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보육시설 전환’ 문제 등을 질문하며 자신의 공약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문 후보가 건강보험 문제를 설명할 때 박 후보가 쩔쩔맸다”며 “문 후보가 공부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태윤정 대표는 “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공동정부 구상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문 후보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배종찬 본부장은 “1, 2차 TV토론회에서 후보마다 정책적 차별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투표일 3일 전인 16일 실시되는 마지막 TV토론회에서는 네거티브전이 가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동정민·홍수영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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