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체험은 청년백수 무기력증 ‘막을 수 있는 특효약’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정부가 고졸 취업 성공시대를 강조하면서 선취업 후진학을 하려는 고교생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중고교에 진로교육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관련 교재를 개발하는 등 진로교육에 투자를 하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청소년이 진로를 바르게 선택하는 풍토가 조성되지는 않는다. 국민, 특히 학부모의 의식수준이 직업세계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탓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50%가 넘지만 실제로는 70% 이상의 학부모가 교수, 의사, 법조인 등 이른바 ‘사’자 직업을 바랐다. 부모와 자녀의 희망 직업이 일치하는 비율도 22%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올해 개관한 잡월드가 거의 유일하다. 기업이 단기 인턴제도를 활용해 청소년의 직업 체험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미래의 인재 양성은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학도 아일랜드와 같이 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하여 전공별 교과과정 체험 기회를 줘야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인턴 혹은 도제제도를 통해 청소년에게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한다. 여러 연구 결과 이런 나라에서는 기업이 청소년 대상 직업훈련에 쓰는 비용보다 거두는 수익이 많았다. 진로교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미래의 직업세계를 이해하고 자녀의 올바른 진로 선택을 돕는 학부모의 의식 전환, 청소년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자세 전환이 있을 때 우리 청소년들이 희망 찬 20대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