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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눔 릴레이] 경주마 ‘당대불패’의 기부

입력 | 2012-12-12 03:00:00

“말 달려서 번 상금 1억입니다, 장애선수 달릴수 있게 의족을…”




마주 정영식 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통령배 대상경주 우승상금 중 1억 원을 경주마 ‘당대불패’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 중 일부는 장애인 철인3종경기 선수 이준하 씨(오른쪽 사진)에게 스포츠형 의족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인다. 이 씨는 그동안 일반형 의족을 착용하고 대회에 참가해 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가장 싼 말이 가장 많은 우승을 했습니다. 제 말이 번 돈이 다른 사람의 다리가 돼 줄 수 있다니 기쁩니다.”

경주마 ‘당대불패’의 마주 정영식 씨(52·범한산업 대표)는 올해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상금 중 1억 원을 자신의 말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지난해 1억 원에 이어 2년째 ‘동물기부’다. 특히 이번 기부금 중 2500만 원은 장애인 철인3종경기 선수인 이준하 씨(36)의 스포츠형 의족과 청소년 3명의 의족을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정 씨는 1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리는 기부금 전달식에 앞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대불패가 큰 상도 많이 받고 우승도 했는데 이 복을 내가 모두 가질 게 아니라 주변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씨와 당대불패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씨는 “2900만 원을 주고 6개월 된 망아지를 구입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말 중 가장 싼 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대불패는 대통령배를 3연패 하는 등 12억 원의 상금을 벌어준 현역 최고 경주마로 성장했다. 그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말만 20여 마리 보유하고 있는데 당대불패가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정 씨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서울마주협회와 사랑의열매가 진행하고 있는 ‘동물기부 프로젝트’ 1호인 경주마 ‘백광’의 기부 기사(2009년)를 보고 난 뒤다. 정 씨는 “난치병을 극복한 뒤 대통령배에서 준우승하고 받은 상금 절반을 기부한 백광이 따뜻한 사랑과 나눔을 전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씨와 당대불패는 지난해 대통령배 경주에서 우승을 한 뒤 상금 중 1억 원을 기부하며 동물기부 2호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스포츠형 의족을 선물 받게 된 이준하 씨는 “스포츠형 의족이 없어 선수로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지원을 받는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꿈을 향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주가 선물한 건 의족이지만 제가 받은 것은 꿈과 희망이다”고 말했다. 고교생 때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다리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이 씨는 철인3종경기 선수였던 매형의 소개로 운동을 시작했다. 이 씨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장애인 철인3종경기 대회에 출전했는데 나만 일반 의족이고 다른 선수들은 낫 모양으로 생겨 탄성이 좋은 ‘치타 풋’ 의족을 쓰고 있었다”며 “도저히 일반 의족으로는 성적을 낼 수 없어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형 의족을 선물 받게 된 만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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