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구스-몽클레르 등 ‘어른 노페’
고가의 일부 명품 패딩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몽클레르’ 매장. 사진 속 제품들의 가격은 200만 원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일 서울 강남 A백화점 ‘캐나다 구스’ 매장. 가장 인기 있는 ‘익스페디션’(125만 원) 제품은 남녀 모든 사이즈가 품절된 상태였다. 언제 다시 들어오느냐고 묻자 “장담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백화점 매장 관계자는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인기 제품은 9월부터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캐나다 구스보다 비싼 200만∼300만 원대 패딩을 파는 몽클레르 매장도 인기 디자인은 대부분 품절됐다. 몽클레르를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인기 제품은 8월쯤에 와야 살 수 있다”며 “디자인을 중시하는 30, 40대 고객이 많이 찾는다”고 소개했다.
○ ‘명품 패딩’ 등장
캐나다 구스의 패딩 제품. 가격은 99만 원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통업계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패딩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많은 사람이 패딩을 입게 되자 서울 강남의 20∼40대가 차별화를 위해 고가 패딩을 찾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패딩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섞이지 않고 편집매장(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파는 매장)이나 명품관에서 따로 판매된다.
캐나다 구스는 ‘구스 피플’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인기다. 몽클레르는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의 손녀딸이 입으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아내에게 선물한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도 화제가 됐다.
○ 핸드백에서 패딩으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명품 선호 현상이 기후변화와 해외 브랜드의 마케팅 등으로 고가 패딩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혹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이 패딩을 사는 데 기꺼이 큰돈을 쓰기 때문에 고가 패딩이 인기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핸드백처럼 패딩도 입으면 어떤 브랜드인지 쉽게 알 수 있어 일종의 ‘신분 드러내기’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젊은층의 유행이 시간차를 두고 전국으로 퍼질 것”이라며 “벌써부터 일부 바이어 사이에서는 캐나다 구스가 내년이면 강남 고등학생들이 입으며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 등골 브레이커 ::
자녀들에게 사주려면 부모들의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방한 재킷을 의미하는 신조어. 지난해 노스페이스가 10대들에게 인기를 얻어 필수품이 되면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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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박선희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