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출신)
한국에서 6년 정도 살면서 결혼은 개인의 일이 아닌 부모의 일, 가족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결혼해서 살 집을 남자 부모가 얻어주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 역시 부모 돈으로 치른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결혼은 철저히 함께 살 두 사람의 일이다.
한국처럼 집은 남자, 혼수는 여자로 나누는 게 아니라 남녀가 함께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하고, 결혼식도 그 돈으로 한다. 집값이 비싸서 대개는 월세로 시작한다. 결혼 비용을 도와주는 가족도 있지만 한국처럼 전부 다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다.
두 나라 결혼식 모두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내 친구들부터 남편의 가족과 친구, 시어머니 지인까지 2000명 가까운 손님이 결혼식에 왔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 결혼식이 딱 1시간 정도로 짧게 끝나 무척 아쉬웠다. 나는 드레스 입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일생에 한 번 입을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잠깐 입고 벗어야 한다니까 너무 속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족 친구 등 100명이 안 되는 손님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이나 시청에서 신부님이나 시장 혹은 공무원의 주재하에 결혼식을 연다. 나 역시 성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신부님이나 시장님은 결혼 서약을 받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에 한국의 주례 선생님처럼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또 결혼식장을 빌리는 비용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내가 여유 있는 만큼의 돈을 성당에 기부하면 된다. 그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결혼할 수 있다. 결혼식 후에는 가족, 친한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 결혼식이 경건하다면 파티는 흥겨운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나 역시 예쁜 레스토랑을 빌려 밤늦게까지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손님이 적기 때문에 생각만큼 부담이 되진 않는다.
한국식 결혼에도 좋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결혼식이 끝난 후 한복을 입고 대추랑 밤을 먹고, 남편이 업어주는 등 폐백 드리는 게 아주 재미있었다. 또 선물이 아니라 돈(축의금)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 전 선물로 받고 싶은 품목을 리스트로 만들면 친구들이 그중 하나를 선물로 주는 게 일반적이라 처음엔 돈봉투를 주는 한국의 문화가 이상하게 여겨졌는데 막상 받아보니 훨씬 편리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결혼식에서도 나는 친구들로부터 선물 대신 축의금으로 달라고 해서 받았다.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