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주필
즉시 직면할 안보 人事 경제 시험
그날 밤, 둘 중 한 사람은 활짝 웃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 순간 그가 손에 쥘 권력은 ‘지뢰밭을 건너야 할 의무’ 그것에 다름 아니다. 승리 축하무대는 곧바로 위기관리의 시험대로 바뀔 것이다.
일본은 나흘 뒤인 16일 총선을 치른다. 과거사 반성을 거부하고 침략주의 근성을 노골화할 정치세력의 득세가 점쳐진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막무가내의 일본 총리와도 맞닥뜨려야 한다. 박-문 두 사람은 과연 안보 외교의 험산(險山)을 넘을 준비가 돼 있는가.
권력 내부 통제는 더 어려울지 모른다. 당선자는 곧바로 정권 인수위를 구성하고 내년 2월 25일부터 가동할 정부 조직에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 인사권은 당선 직후에 특히 강력하지만 이 권력이야말로 정권 성패를 가를 양날의 칼이다. 민심의 절반을 얻는다 해도 그에 버금가는 민심은 반대와 훼방의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5년 전 이명박은 반대세력의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인사 낙인에 한방 먹었고, 그 세력은 여세를 몰아 광우병 촛불시위로 국정 항로를 흔들어버렸다. 빌미를 제공한 정권은 남 탓을 해봐야 소용없다. 이번에도 정권 인수위가 충성분자나 특정세력의 축배와 웃음소리로 넘쳐나고, 권력을 전리품인 양 나눠먹기에 바쁜 천민정권 행태를 드러낸다면 정권의 안전핀은 그 순간 뽑혀나갈 것이다. 탕평 인사와 대통합 내각 같은 약속이 어떻게 지켜질지 국민의 채점은 매서울 것이다.
賢人 찾고, 新성장시대 선언해야
대통령은 민심 속의 인사평(評)에 진실로 귀 기울이는 겸허함을 보여야 인사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대통령 스스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자신의 인사를 정당화하려고만 들면 인사에서 비롯되는 실정(失政)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것이 역대 대통령, 아니 동서고금의 실패한 권력이 보여준 경험칙이다. 새 대통령이 몇 사람의 현인(賢人)이라도 찾아내 요직에 앉힐 수 있을지 없을지, 이것이 국정 지뢰밭 통과의 초기 성패를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글로벌 경제 난세에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지켜내고 발전시킬 것인지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경제 난기류를 어떻게 뚫고 어떤 산업, 어떤 시장을 일으켜 국민 먹거리를 만들 것인지 그 답부터 찾아내야 한다. 저성장 탈출에 무능하면서, ‘복지가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경제 괴담이나 늘어놓다가는 일본 민주당보다 훨씬 빠르게 실패한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나마 세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 경쟁력마저 시들게 하고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에 ‘돌려막기 복지’로 경제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의타적 국민이나 양산한다면 남유럽 실패 국가들의 그림자를 밟게 될 것이다. 당선자는 새 시대에 맞는 신(新)성장이 시대정신이자 국민행복의 필수조건임을 선언하고 성장총력체제 구축에서부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7일 뒤 유권자들은 지뢰밭을 더 잘 통과할 인물을 선택할 것인가.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