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J/ 러브 액추얼리
뤼미에르의 첫 영화는 기차가 역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담은 3분간의 소품이었다죠. 어디든지 달려 나갈 수 있는 자동차는 가장 동(動)적인 기계. 어쩌면 움직이는 사물을 담아내는 영화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일지도 모릅니다.
1월 시작된 ‘Car in the Film’은 영화에 등장한 수많은 명차들을 조명해왔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잠시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에 타고 싶은 차’를 상상해 봤습니다. 상상의 범주는 대중적인 인기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03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추얼리’에 등장하는 재규어 ‘XJ’(사진)입니다.
이 차는 2002년 9월 파리 국제모터쇼에 처음으로 공개된 후 ‘XJ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차를 21세기 들어서도 정통 클래식카의 기품을 고스란히 남긴 몇 안 되는 차로 기억합니다. 100% 알루미늄으로 감싼 매끄러운 차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언 칼럼이 디자인을 맡은 현행 모델도 나쁘지는 않지만, 취향은 각자 다르잖아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어느새 눈이 내리고 귓가에는 캐럴이 울려 퍼집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로맨틱한 고백을 준비하고 있지 않아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면 어쩐지 설레는 12월입니다. 멋진 고급차가 아니면 또 어떤가요. 당신의 차는 당신만의 영화를 찾아 달려 나갈 겁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