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계, 세계적 유명 건축가 디자인 열풍… 수십채씩 미분양
외국 유명 건축가들이 디자인을 맡은 아파트들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모든 수요자가 선호하지는 않아 분양가만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뚝섬 갤러리아포레,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경기 판교신도시 월든힐스. 동아일보DB
이처럼 디자인을 차별화한 주택은 도시 외관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건축가의 이름값만큼 위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 과잉’으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m²당 1300만 원을 웃도는 높은 분양가와 누벨의 설계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주상복합은 2011년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올해 들어서야 겨우 80%를 넘어섰다. 또 공급면적 330m²형 입주자들은 4억5000만 원가량을 추가로 내고 누벨의 인테리어 디자인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이를 선택한 가구는 36채 중 4채 정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유명 건축가들이 한국 주거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나라마다 주거문화가 다르고 기후와 생활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외국 유명 건축가의 디자인이라고 해도 ‘사는 집’을 고르는 수요자들에게는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워 분양가만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 아파트들은 수십억 원을 설계비로 지불했다. 누벨은 각종 디자인 비용으로 50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H도 월든힐스 설계비로 26억 원을 지불했다. 이스트림에 디자인 콘셉트를 맡긴 ‘수원 SK 스카이뷰’도 10억 원대 중반의 설계비를 들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 건축가에게 지불하는 설계비용은 국내보다 비싼 편”이라며 “외국 건축가는 건축주가 시공비가 비싸다며 설계 수정을 요구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때가 많아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홍구 한양대 명예교수(도시공학)는 “국내 건축가들의 설계수준도 결코 외국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건설사들도 무조건 외국 유명 건축가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국내 건축가와 디자인을 믿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