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호 논설위원
公的 연설에서 쏟아진 엉터리 주장
첫째, ‘예고 및 설명’ 부분.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출발한 쌍용차는 2000년 은행관리를 거쳐 2005년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2011년 인도의 마힌드라에 매각되기까지 일곱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경영의 부침이 잦았던 것.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의 경상적자가 7000억 원에 이르는 위기를 맞았다. 2009년 1월 당시 사주(社主)였던 상하이자동차는 더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다. 법원과 채권단은 회사와 노조에 자산매각, 신규자금 차입,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
둘째, 쌍용차는 정리해고를 줄이기 위해 휴업, 순환휴직, 복리후생 조정, 희망퇴직 등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전직(轉職) 지원도 했다. 이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노동 관련법이 정한 절차도 지켰다. 정리해고자 등 165명이 3건의 정리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다. 절차를 무시한 ‘부당 해고’라고 하기 힘들다.
셋째, 2009년 1월 당시 쌍용차의 전체 근로자는 7150명이었다. 이 중 정리해고자는 165명, 희망퇴직자가 1904명이다. 여기에 분사 83명, 무급휴직자 455명 등을 합해야 2607명이 된다. ‘5000명 중 2600명 해고’는 이래저래 정확하지 않다.
넷째, 퇴직·휴직자 2607명 중 지난 4년 동안 사망한 사람은 14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중 8명은 뇌출혈 당뇨합병증 심근경색 등 개인 질병으로 숨졌고 6명이 자살했다. 23명이라는 것은 재직자, 가족,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2만7000명 중에서 사망한 사람의 숫자며, 그중 자살자는 13명이다. 요컨대 2607명 중에 23명이 아니라 6명이 지난 4년 동안 자살한 것이다.
다섯째, 위 숫자를 근거로 계산한 쌍용차 퇴직·휴직자의 연간 자살률은 10만 명당 57.5명이다. 숫자가 어찌됐든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한국 자살률(31.7명·2011년)의 10배가 아니라 1.8배다.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속의 여러 부분에서 팩트(fact)와 크고 작은 차이가 발견된다. 미리 준비된 공적(公的) 연설에서 팩트 오류가 있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지 4년 가까이 흘렀지만 회사는 여전히 적자다. 누구나 퇴직자의 복직을 바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쌍용차 및 협력업체 직원 10만여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급하지 않은가.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도 경영난에 몰리자 2010년 정리해고를 했지만 ‘희망버스’와 정치권 압박에 굴복해 지난달 이들을 전원 복직시켰다. 그러나 일감이 없어 800명의 직원 중 600명은 출근을 하지 않는다. 한진중의 길을 따르는 건 올바른 ‘쌍용차 해법’이 아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