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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고 이웃과 나누고… 템플스테이 10년의 진화

입력 | 2012-12-13 03:00:00


올해 4년째인 충남 마곡사의 김장김치 나눔 템플스테이. 마곡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함께 키운 배추 1만여 포기로 김장김치를 만들어 지역 소외계층에 나눠주고 있다. 마곡사 제공

불교계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가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이제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통합 역할과 복지 인프라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20여 개에 달하는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들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다문화가정, 장애인, 폭력 피해 청소년, 노인 등 소외계층을 사찰로 초청해 산사 탐방, 명상, 교양 교육 등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7일 인근 은평구노인복지센터 노인 30여 명을 초청해 사찰음식 체험과 명상의 시간을 함께하는 ‘템플 라이프’를 진행했다. 숙박 없는 템플스테이인 셈인데, 오랜만에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난 노인들은 스님들의 도움으로 다도와 명상 및 불교음식 체험을 하며 “꼭 소풍 나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충남 서산의 서광사도 지역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겨울방학 3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 오후 ‘나눔 템플스테이’를 마련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서광사가 진행하는 노래와 바둑 강좌를 수강하며 주말을 함께 보내게 된다.

다문화가정은 불교계가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분야. 올 한 해만 20여 차례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몽골, 스리랑카, 캄보디아 출신 등 다문화가정 여성과 자녀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가졌다.

서광사 주지인 도신 스님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정신적 안정과 집중력 향상을 위해 바둑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힘과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광사는 바둑과 템플스테이를 조합한 수행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몽골 출신 어머니를 둔 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조용한 산사에서 스님의 목탁 소리와 바둑알 소리를 듣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재미에 일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 마곡사는 매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함께 공동 재배한 배추 1만 포기를 김장해 소외된 이웃에 나눠주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마곡사 나눔 한마당의 김장배추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 경내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생태농장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가꾼 것들이다.

템플스테이 사찰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5개 사회복지단체와 함께 ‘나눔과 비움’을 주제로 건강한 먹을거리 정착을 위한 식문화 캠페인에도 나서고 있다. ‘사찰음식 나눔 식문화 개선 캠페인’은 건강한 전통 식문화의 보고인 사찰음식의 확산을 통해 과도한 육식 문화의 대안을 마련하고 성인 질병에도 대처하자는 취지다.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 운동의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인 법진 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면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일조하려 한다”면서 “나눔 템플스테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이제는 어엿한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바로잡습니다]

‘나를 찾고 이웃과 나누고…템플스테이 10년의 진화’ 기사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을 지현 스님으로 잘못 썼습니다. 법진 스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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