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발 더 나가 1993년 고유모델인 ‘노동 1호’ 미사일을 만들었다. 사거리가 1000km인 이 미사일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핵심 축이 됐다. 이번에 발사한 은하3호도 노동 미사일 여러 대를 하나로 연결해 추진력을 높인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로켓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1978년 미국의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모델로 사거리 180km의 미사일 ‘백곰’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듬해 사거리 180km를 넘는 미사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만들어져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걸림돌이 됐다. 올해 10월이 돼서야 사거리 800km 로켓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로켓 관련 기술인력도 열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발사체 연구인력 규모는 200명이 채 안 되고 아직 세계적인 수준의 로켓을 만들 기술을 축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은 30여 년간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로켓 기술자들이 한국의 3, 4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기술 수준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에 이르렀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외국 도움 없이 1.5t 무게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기술 확보를 위해 2021년까지 1조5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며 “3000억 원가량을 추가해 연소실험 시설을 확충하면 개발 기간을 2년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수준의 미사일 기술에 빠르게 근접하려면 지금보다 수십 배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