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발사대서 분리”… 金국방은 “장착사실 靑보고” 軍 11일 TF책임자 계급 낮추고 인원 줄여… “北에 뒤통수” ■ 대북 정보력 구멍… 한미 이어 日방위상도 “해체 확인”
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기습 발사하자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이 완전히 허를 찔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1일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의 발사대에 세워졌던 장거리 로켓이 해체돼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되자 정부 일각에선 “연내 발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 양국은 미국 첩보위성과 한국의 아리랑3호 위성 등을 통해 로켓이 발사대에서 분리돼 수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공식적으론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로켓이 발사대에서 조립 건물로 옮겨진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일본 방위상도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렸다는 한국 정부의 관측에 대해 “(북한이) 발사대에 놓여 있던 것을 제거했다는 사실은 (일본 정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의 로켓 수리 정황이 포착된 11일 오후 위기관리통합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를 소장에서 준장으로 하향 조정하고 근무자 수를 일부 축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오전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가 포착되자 정부와 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북한의 ‘페인트 모션’에 완전히 당한 꼴이 됐다”며 “로켓 발사 전후에 수집된 대북 관련 첩보를 정밀하게 복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쏟아지자 군 당국은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합참 작전지휘실에서 모두 대기했다”며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었고 언제 발사할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시했다”고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로켓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제(11일) 오후에 미사일 발사체가 발사대에 장착돼 있음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로켓이 발사대에 장착돼 언제라도 발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로켓이 발사대에서 분리돼 수리 중이라는 언론 보도는 ‘오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구기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에 10일 이상 연기될 수 있다는 엉터리 분석을 내놨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는 자체 운영하는 ‘38노스’에 게재한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기술적인 결함으로 연기를 예고한 이후 장거리로켓 발사 준비를 완료하기까지 10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10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해 위성발사장의 활동은 수리를 위해 발사대에서 로켓을 제거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12, 13일까지 은하3호 로켓을 옮기고 수리하는 데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당초 북한이 예고했던 22일 이전까지는 발사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 광명성3호 ::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의 이름. 북한 조선말 사전에는 ‘밝게 빛나는 별’이라는 설명과 함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높이 우러러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돼 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했다.
:: 은하3호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워싱턴=최영해 특파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