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가 내년부터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의 본질’을 익히는 고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마다 고전 3권을 선정해 읽고 소모임을 통해 토론을 벌이는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원래 대학의 본령은 전인(全人)교육이며, 전인교육의 바탕에는 인문학과 고전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인문대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위해 특화한 단과대학이다. 그럼에도 인문대가 별도로 고전 읽기 수업을 한다는 것은 한국의 대학교육이 크게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취업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고전과 멀어져 있고 인문학적 소양이 기대 이하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의 시카고대는 처음부터 일류 대학이 아니었다. 시카고대가 약진한 것은 1920년대 로버트 허친스 총장 때부터다. 허친스 총장은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가 아닌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는 소위 ‘시카고 플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시카고대는 1929년부터 200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68명을 탄생시킨 세계 굴지의 교육기관이 됐다. 미국 명문 교양중심대학(liberal arts college)인 세인트존스칼리지는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4년 커리큘럼의 전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