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의무’ 2020년 이후엔 모든 국가 적용
나우루는 면적이 21km²(약 635만 평)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공화국 가운데 하나다. 1만여 명에 이르는 인구의 대부분이 해안가에 살고 있는데 해수면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고작 60m 안팎에 불과하다.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면 나라 전체가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나우루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 40여 곳이 모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이번 총회에서 한목소리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총회 폐막이 28시간 가까이 연기되는 진통 끝에 올해 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8년간 연장하는 개정안이 채택됐다.
○ 교토의정서 사실상 수명 다해
1차 공약기간 시작부터 중국 인도를 비롯해 한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들은 모두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은 개발도상국 불참을 이유로 의정서를 비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캐나다마저 탈퇴했고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는 더이상 의무감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추가 감축에 참여하는 국가는 유럽연합(EU)과 호주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이 국가들의 배출량은 전 세계의 15%에 불과하다.
각국의 시선은 2020년 이후 발효될 새로운 기후체제에 쏠리고 있다. 새 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이나 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된다. 가장 앞선 곳은 영국 독일 등이 주도하는 EU 소속 국가들이다. 영국은 법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할 것을 명문화했다. 2025년까지는 50%를 줄인다. 영국의 올해 감축 목표는 15%로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교토의정서와 상관없이 10년 단위의 중장기 감축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40%, 2030년까지 55%,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80∼95%를 줄일 계획이다.
EU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녹색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다. 한국의 경제5단체와 비슷한 영국산업연맹(CBI)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녹색산업을 잘해야 성장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녹색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다.
○ 한국, ‘아시아의 희망’ 될까?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5월 초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역사적인 기후변화 관련법을 통과시켰다(South Korea passes historic climate legislation)”란 글을 남겼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및 할당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다. 이는 기업별로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이보다 많이 배출하면 초과량만큼 배출권을 사고, 반대로 덜 배출하면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는 제도다. 현재 EU와 호주 뉴질랜드 정도만이 국가 차원의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