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알아맞혀 화제를 모은 통계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그 이유를 “국익을 위해 뛰는 국무장관의 특성상 국내 정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봤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힐러리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았을 때가 1997년 르윈스키 스캔들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다. 그는 남편 옆에서 조강지처(糟糠之妻)의 역할을 다했다. 반면 화이트워터 스캔들로 부패 냄새를 풍길 때, 건강보험 개혁 등 국정에 참견할 때 호감도는 곤두박질쳤다. 상원의원 출마와 대통령 출마 때도 부정적 반응과 긍정적 반응이 막상막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자기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사람도 정계에 들어오면 정치라는 한솥에 담긴 찐빵이 돼버린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유시민 전 진보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부터 “독재의 서슬 퍼렇던 5공화국 시절, 대법원에서 간첩죄와 불고지죄로 무더기 구속된 일가족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쪽 판사” 소리까지 듣던 사람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두 번 출마하며 ‘차떼기 당’의 불명예를 남겼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도 정계 입문 전에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공동체 전체 가치관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더니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