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
프로배구 러시앤캐시의 김호철 감독(왼쪽)은 냉정한 승부사다. 그러나 평소에는 선수들과 농담을 하며 등을 다독이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김 감독이 13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세터 김광국에게 농담을 건네며 웃고 있다. 아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특명 1. ‘모래알을 모아라’
10월 초 김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러시앤캐시는 ‘모래알 팀’이었다. 선수들은 극도의 개인주의에 빠져 있었다. 나보다 남 탓하기에 바빴다. 비시즌 동안 연습을 게을리한 탓에 몸도 무거웠다. 선수들이 박희상 전 감독과의 불화로 태업을 했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는 12일 우승 후보 현대캐피탈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다미와 최홍석은 서로 공을 잡기 위해 달려들다 각각 입술과 머리를 꿰맸을 정도로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를 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단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2개월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가슴이 찡했지만 겉으로는 덤덤하게 지켜봤다. 9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을 꺾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이런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 펄쩍 뛰며 기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쪽도 저쪽도 다 내 제자들 아닌가”라며 웃었다.
○ 특명 2. ‘새 주인을 찾아라’
러시앤캐시는 아직 주인이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다른 팀은 연간 40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쓰지만 러시앤캐시는 37억 원으로 버텨야 한다. 그래서 선수단 모두 허리띠를 졸라맨다. 다른 도시로 방문경기를 가면 숙소비를 아끼려고 당일치기로 돌아온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5명, 선수 20명은 아산에 있는 아파트 4채에 나눠 살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러시앤캐시를 아산에 눌러 앉히기 위해 지역 내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밍스폰서를 맡은 러시앤캐시도 구단 자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악바리’ 김 감독과 러시앤캐시 선수들의 절치부심이 해피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
아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