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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2500년 지났어도 수학적 오류없는 선거는 없다

입력 | 2012-12-15 03:00:00

◇대통령을 위한 수학/조지 슈피로 지음·차백만 옮김/384쪽·1만5000원·살림





대통령 선거철마다 ‘후보 단일화’와 ‘결선투표제’가 화두로 등장한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로 떠들썩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최근 정치개혁 관련 공약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시했다.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2명을 대상으로 결선을 실시하는 제도다. 1차 투표에는 모든 정당의 후보가 출마하기 때문에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결선투표제는 완벽한 방법일까.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에서 2007년 대선 때 수행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당시 결선투표에서는 우파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전체 투표수의 53%를 차지해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연구팀은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에게 경선에 나선 후보 10여 명에 대해 ‘매우 좋음’ ‘좋음’ ‘괜찮음’ ‘거부’의 4가지로 등급을 매겨달라고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인물은 경선에서 3등으로 탈락한 민주운동당의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였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실은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완벽하지 못함을 수학적으로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입된 다양한 선거제도의 수학적 오류를 고찰했다.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오래된 만큼 최선의 선거방법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도 많았다. 저자는 철학자 플라톤과 라몬 유이를 비롯해 수학자 콩도르세, 라플라스, 장 샤를 드 보르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수학적으로 연구한 선거방법들을 검토했다.

투표에서 다수결이 만능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수학자인 콩도르세 후작이 발표한 ‘콩도르세의 역설’이다. 피터, 폴, 메리가 술 A, B, C 가운데 어떤 술을 살지 결정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피터는 A>B>C 순서로 선호하고, 폴은 B>C>A, 메리는 C>A>B 순서로 선호한다. 이때 A 와 B 중에서는 다수(2명)가 A를 선택하고, B와 C 중에서는 다수가 B를 선택한다. 즉 A>B와 B>C가 성립되니 당연히 A와 C 중에서는 A가 선택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다수가 C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역설적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자는 콩도르세의 역설이 200여 년간 수학자 통계학자 정치과학자 경제학자를 괴롭혀 왔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안 나왔다고 말한다. 콩도르세의 역설뿐인가. ‘앨라배마 역설’ ‘인구 역설’ ‘새로운 주의 역설’ 등 선거와 관련한 역설은 아주 많다.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선거의 역설은 피할 수 없으며, 단 하나의 투표방식을 제외하고는 모든 투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놀랍게도 선거의 역설과 선거 조작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정치방식은 독재로 드러났다.

이 책은 완벽한 선거제도란 없으며, 그렇기에 유권자들이 꾸준히 선거제도를 감시하고 고민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선거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현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버나드 마넹의 저서 ‘선거는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를 추천한다.

한국어판 제목에 책 내용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대통령을 위한’을 넣은 것은 대선을 앞둔 과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원제는 ‘Numbers rule’, 부제는 ‘민주주의를 애태운 수학의 정치적 패러독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