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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친절한 ‘손자’ 해설서… 동서고금 아우르는 식견 눈길

입력 | 2012-12-15 03:00:00

◇전쟁은 속임수다/리링 지음·김숭호 옮김/928쪽·4만8000원·글항아리




‘손자병법’이나 ‘삼십육계’에 대한 막연한 지식에 답답했던 독자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책이다. 병법서이자 고전으로서의 ‘손자’를 세밀하게 해부한 해설서다. 저자의 베이징대 강연 내용을 녹취·정리해 펴냈다.친절한 문체로 쓰였다. 대학 강의실에 앉아 강연을 듣는다는 상상을 하며 읽어 내려갈 수 있어 편안하고 친절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중국의 고문헌학자로 손자 연구의 권위자다. 손자를 파헤치는 데 묵가와 한비자, 조조는 물론이고 서구의 텍스트까지 끌어들인다. 권투를 다룬 잭 런던의 단편소설 ‘스테이크 한 조각’부터 프로이센의 군인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까지 다양한 예시와 비교를 책에 담았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식견과 통찰이 돋보인다.

본문 간간이 회색 페이지에 실은 ‘부록’들도 쏠쏠하다. ‘춘추전국시대의 무기’ ‘마오쩌둥의 군사론과 손자의 비교’ ‘화공(火攻)과 무기의 역사’와 함께 흥미로운 옛 무기들을 그린 삽화도 담겼다.

다만 역사학계를 겨냥한 학술서 같은 책의 성격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 독자를 당황하게 할 수 있겠다. 그런 이들은 ‘손자’ 13편이 기원전 506년 이전의 작품이 될 수 없는 근거를 설명하는 단락 같은 부분은 뛰어넘어도 좋다.

연말연시와 방학기간을 맞아 긴 밤이 외롭다는 남자친구나 배우자에게 선물하기 좋다. 성경 두께다. 구약성서를 읽어도 여호수아의 전투 부분에 열광하고, 군대 시절 훈련과 작전 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되 한자어가 섞인 중후한 학술서에도 면역이 있는 이에게라면 더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