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확률 90.9% 확신했던 통계학자 스토리
그가 정통 통계학자의 길을 걷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이력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실버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2년 회계컨설팅회사인 KPMG에 입사했지만 엉뚱한 일을 벌였다. 그가 좋아했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의 성적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카지노에서 통계확률기법을 활용해 단번에 1만5000달러를 딴 뒤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이후 수십만 달러를 포커판에서 긁어모았던 그는 정치 예측이 다 엉터리라고 보고 본격적인 정치 예측을 하는 블로그를 2008년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왜 예측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를 주제로 한 이 책은 전반부에서 야구 기상 주가 경제수치 등 각 분야의 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후반부에서는 예측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저자만의 방법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예측이 실패하는 중요한 원인은 숫자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다. 예를 들어 여성 유방암 환자의 80%가 유방조영상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유방암이 없는 여성의 9.6%도 양성반응을 보인다. 실버는 ‘그렇다면 유방암 검사로 결과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확률은 몇 %일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의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80%의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높은 확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8% 미만이다. 9.6%의 잘못된 양성반응처럼 항상 존재하는 긍정 오류(false positive)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예측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독자들은 어렵고도 생소한 통계확률 분야를 흥미롭게 서술했다고 이 책을 반긴다. 그러나 정통 통계학자들은 그의 기법이 비체계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암이 존재하는 책이기도 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