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이바 소벨 지음·장석봉 옮김/384쪽·1만6000원·웅진 지식하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서구 기독교 세계가 1500년 동안 믿어왔던 우주의 중심을 컴퍼스 하나로 우주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는 단순한 과학혁명을 넘어 신학 중심이던 중세를 이성 중심의 근대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이 책도 그런 호기심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코페르니쿠스가 무슨 공부를 했고, 집안 배경은 어떠했으며 심지어 성격은 어땠는지를 꼼꼼한 취재로 밝히는 게 그 하나다. 또 다른 한 부분은 작가가 문헌에 근거하되 상상력을 가미해 쓴 희곡이다. 말년의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을 찾아온 젊은 수학자 레티쿠스를 만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이 묘사된다.
흔히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해 교회의 박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조롱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동설의 발표를 오랫동안 미뤘다. 레티쿠스에 의해 출판된 자신의 책을 받아든 것은 죽음 직전의 병상에서였기 때문에 책에 쏟아진 어떠한 비판이나 갈채도 듣지 못했다. 교회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것은 그가 죽은 지 70여 년이 흐른 1616년의 일이었다.
이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 과학 기자 출신 데이바 소벨의 ‘과학혁명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국내에 앞서 소개됐지만 절판된 ‘경도 이야기’와 ‘갈릴레오의 딸’도 새로 번역 출간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