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통신연합 ‘인터넷 규제’ 찬반투표 했더니 ‘IT냉전’ 지도 그려져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통신콘퍼런스(WCIT 2012)’에서 회의에 참석한 151개국 가운데 89개국이 최종 서명해 ITRs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 20여 개국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최종 서명에 불참했다. ITRs가 인터넷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나머지 국가는 서명 여부를 ITU에 추후 통보할 계획이다.
한국은 개정된 ITRs에 최종 서명했다. 인터넷 규제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방통위는 “ITRs 개정 내용이 국내법이나 국익에 배치되지 않고, 한국이 2014년 ITU 전권회의 의장국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한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나 공정한 자유무역 같은 경제체제에서 입장을 같이한 국가들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문제는 이번 ITRs 개정안에서 인터넷 규제가 다뤄지면서 불거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인터넷이 결국 통신망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인터넷도 통신의 범주에 넣어 ITU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과 서유럽 국가는 인터넷은 국제기구가 손댈 수 없는 독립된 네트워크라고 반박했다. 국제기구의 인터넷 규제는 각국 정부의 국내법 개정 및 추가 규제로 이어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이동에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ITRs가 개정되기 전부터 중국 정부는 구글이나 트위터 같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을 제한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도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ITRs 개정안을 찬성한 대표 국가도 중국과 러시아다.
규제안에 찬성한 한국 정부와는 달리 미국 정부는 ITRs가 통과된 직후 정부 차원의 뚜렷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테리 크레이머 단장은 “미국은 통신 분야의 국제 기준인 ITRs가 인터넷이나 콘텐츠 분야까지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