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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조 나랏돈 27억 챙긴 李, 공보물도 제대로 제작 안해

입력 | 2012-12-17 03:00:00

가정배달 2차공보물 미제출… 朴-文선거공보물만 발송
선관위 “국고 환수 방법 없어”




퇴장하는 李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직자들과 함께 걸어 나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선거보조금 27억여 원을 받고도 선거 직전 각 가정에 배송되는 공보물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먹튀’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선관위에 따르면 통진당은 이 전 후보의 2차 공보물을 마감일(6일)까지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9∼12일 투표안내문과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보물 2000여만 부만 각 가정으로 발송했다.

대선 때 선거보조금을 받은 정당이 2차 공보물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2007년 대선 때 심대평 후보가 소속된 국민중심당도 15억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받고 2차 공보물을 만들지 않았지만 당시 심 후보는 2차 공보물 제출 마감 전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후보 측은 이달 초 배송된 책자형 1차 공보물은 8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 선관위에 제출했다. 1, 2차 공보물은 각 후보 측이 직접 제작해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가 일괄 발송한다. 1차 공보물은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신상 정보 등을 담아 16쪽 이내에서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다른 군소 후보들도 모두 1쪽 이상의 1차 공보물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공보물 제작비는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할 경우 전액을, 10% 이상 득표할 경우 절반을 보전받는다. 10% 미만 득표 후보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2차 공보물 제출 마감일인 6일 이전에 후보 사퇴를 결심했거나, 10% 이상 득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돈 아끼기’ 차원에서 2차 공보물을 만들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통진당에 선거보조금 27억3500만 원을 지급했다. 의석수와 4·11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결정된 액수다. 새누리당은 177억여 원, 민주통합당은 161억여 원을 받았다. 후보 등록을 포기한 진보정의당에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국고보조금은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당보조금과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선거운동 명목으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이 후보 측은 사퇴하면서 선거보조금 27억여 원을 어디에 얼마 썼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의 모금을 막고 소수 정당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중도 사퇴하더라도 환수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통진당 김미희 대변인은 이날 국고보조금 반납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법대로 한다”며 반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새누리당은 9월 정당 후보가 등록해 선거보조금을 받은 뒤 후보직을 사퇴하면 돈을 환수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 이른바 ‘먹튀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법 개정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 [채널A 영상] 27억 ‘먹튀’ 논란…이정희 측 “법대로”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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