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가 본 일본 총선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우선 일본에 처음으로 ‘우익정당’이 출현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시하라 신타로가 이끄는 ‘일본유신회’의 공약은 우익적이다. 사회세력으로만 존재하던 우익이 정계에 진출했다. 1955년 체제하의 일본 정당이 혁신-중도-보수의 축으로 구성돼 있었다면 이제 일본 정당들은 중도-보수-우익으로 재분류돼야 한다. 일본의 우경화가 숨길 수 없는 현실임을 의미한다. 한편 여당이던 민주당의 분열과 12개 정당의 난립이 보여주듯, 일본은 1993년에 이어 제2의 정계 재편기에 진입했다. 이번 총선은 정계 재편의 시작일 뿐 마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2013년 7월에 실시될 참의원 선거 때까지 정당의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정권을 되찾아 왔지만 아직은 미완성의 여당이다. 왜냐하면 양원의 한 축인 참의원에서 자민당은 83석, 공명당은 19석으로 두 당을 합쳐도 102석이어서 과반수인 121석에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88석을 가진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하면 여전히 예산과 법안을 거부할 수 있다. 일본 유권자들이 예전보다 쉽게 여당에 싫증을 내고 징벌선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3년 상반기는 자민당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시기이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한국으로서는 아베 신조 총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정권 복귀야말로 커다란 도전이다. 역사인식, 일본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서 강성 공약을 남발한 아베는 한국과의 갈등을 불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부터 한일관계가 출렁이는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