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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선 자민당 압승]1993년 이어 ‘제2 정계재편기’ 진입

입력 | 2012-12-17 03:00:00

■ 전문가가 본 일본 총선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2000년대 들어 일본 정치는 시소게임을 보는 느낌이다. 2005년 여당이던 자민당은 296석이라는 경이적인 의석을 차지했지만 2009년에는 야당이던 민주당이 308석을 차지하면서 전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이번 2012년 총선에서는 다시 야당이던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쳐서 300석이 훨씬 넘는 의석을 획득함으로써 정권이 뒤바뀐 것이다. 일본의 유권자들이 정부 여당에 대한 ‘징벌선거’를 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우선 일본에 처음으로 ‘우익정당’이 출현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시하라 신타로가 이끄는 ‘일본유신회’의 공약은 우익적이다. 사회세력으로만 존재하던 우익이 정계에 진출했다. 1955년 체제하의 일본 정당이 혁신-중도-보수의 축으로 구성돼 있었다면 이제 일본 정당들은 중도-보수-우익으로 재분류돼야 한다. 일본의 우경화가 숨길 수 없는 현실임을 의미한다. 한편 여당이던 민주당의 분열과 12개 정당의 난립이 보여주듯, 일본은 1993년에 이어 제2의 정계 재편기에 진입했다. 이번 총선은 정계 재편의 시작일 뿐 마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2013년 7월에 실시될 참의원 선거 때까지 정당의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정권을 되찾아 왔지만 아직은 미완성의 여당이다. 왜냐하면 양원의 한 축인 참의원에서 자민당은 83석, 공명당은 19석으로 두 당을 합쳐도 102석이어서 과반수인 121석에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88석을 가진 민주당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하면 여전히 예산과 법안을 거부할 수 있다. 일본 유권자들이 예전보다 쉽게 여당에 싫증을 내고 징벌선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3년 상반기는 자민당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시기이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한국으로서는 아베 신조 총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정권 복귀야말로 커다란 도전이다. 역사인식, 일본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서 강성 공약을 남발한 아베는 한국과의 갈등을 불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부터 한일관계가 출렁이는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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