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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정동영의 ‘늙은 꼰대’

입력 | 2012-12-18 03:00:00


6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한 무덤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요새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고 참을 줄 모른다.”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헤시오드는 “나는 어릴 때 어른을 공경하라고 배웠는데 요새 젊은이들은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없다”고 불평했다. 세대 갈등은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버릇없는 젊은이들의 반대편에는 “왕년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자기 경험만을 내세우고 성가시게 간섭하는 꼰대 어른들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새 동네 실내수영장을 다녀보면 아침 시간에 노인들이 많다. 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걷기 레인’이라는 것도 생겼다. 수영을 위한 레인이 아니고 물속에서 걸어 다니기 위한 레인이다. 이 레인에서는 수영하는 젊은이가 걷고 있는 노인에게 수영에 방해가 된다고 항의할 수 없다. 노인들이 운동을 마치고는 샤워실 한쪽의 온탕에 몸을 담그고 담소를 나눈다. 요즘은 대선 얘기가 많다. 귀동냥해 보면 “안철수같이 경험 없는 것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기겠냐” “이정희의 코리아연방은 북한의 고려연방제나 다름없다” 등 보수적인 의견들이 많다.

▷선거가 점점 더 세대별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은 트위터에 “이번에 하는 청춘투표가 인생투표야. 인생이 통째로 걸렸어….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라”는 한겨레 신문의 대담 내용을 리트윗 했다. 젊은이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것까지는 좋은데 ‘늙은’이란 말로 노인들을 모두 꼰대로 만들어 버렸다. 대한노인회가 민주당 당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비판이 잇따랐다. 정 고문의 노인 비하 발언이 2004년 총선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 크게 혼이 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나의 어머니는 70대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투표만큼은 안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빠지지 않고 한다. 누구를 찍을 것이냐고 물어보면 절대 대답하는 법이 없다. 비밀투표의 원칙은 기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알 터인데 뭘 그런 걸 물어보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신문도, TV뉴스도 잘 보지 않지만 사람 보는 눈이 절대 허술하지 않다. 정 고문도 내년이면 환갑이다. 괜히 남의 어르신들 함부로 꼰대라고 부르지 말고 자신이나 꼰대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