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7할 이상 차오르면 구멍으로 빠져 나가게 만든 계영배.
‘열자(列子)’의 ‘설부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호구라는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이 초나라의 대부 손숙오에게 물었다.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원망의 대상이 있습니다. 혹시 그에 대해 아십니까?”
“사람들은 직위가 높은 이를 질투하고 많은 녹을 받는 관리를 원망합니다. 또 임금은 벼슬이 높으면서도 현명한 신하를 싫어하지요.”
손숙오가 말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뜻을 더욱 낮추고, 벼슬이 높아질수록 욕심을 더욱 적게 가지며, 녹이 많아질수록 더욱 많이 베푼다면 이 세 가지 원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군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죽음을 앞둔 손숙오는 아들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손숙오가 죽고 나자 임금은 그의 아들에게 땅을 내리려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기름진 옥토와 아름다운 지역을 거절하고 침구 지방을 요구했다. 결국 손숙오의 후손들은 오래도록 그곳에서 잘살 수 있었다.
욕망에 일정한 제어를 걸어주는 건 타인의 원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현재 상황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결핍은 불편한 상태라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결핍이 현재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춘추시대의 환공은 ‘계영배(戒盈杯)’를 선호했다고 한다. 술잔을 7할까지 채울 때는 상관없지만, 그 이상의 술을 따르면 술이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만든 잔이다. 확장하고 채우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비어 있는 상태, 약간은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면 오히려 삶은 윤택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