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낮시간 한가한 카페 ▷대학생 공부할 공간으로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북카페. 주인은 한가한 시간대에는 지역주민에게 공간을 기부한다. (가운데) 비워두던 지하실 ▷지역학생 공부방으로 서울 관악구 청룡동 조모 씨(32)가 공간을 기부한 지하 1층의 개인 작업실. 지역 주부들이 아이들을 모아 방과후 교육을 하고 있다. (오른쪽) 쓸모없던 빌딩 옥상 ▷열린 세미나실로 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사단법인 씨즈가 개방한 옥상공간에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씨즈 측은 지난달 30일부터 6층 옥상을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4, 5층은 업무로 사용해야 하지만 버려진 공간이나 다름없는 옥상을 방치하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 근처 ‘세상과 연애하기’라는 북카페도 평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카페 공간을 미리 신청한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내준다. 영업에 지장을 받으면서 공간을 기부하는 건 아니다.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 공간이 필요한 주민에게 내주는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정영우 씨(38)는 “25명이 들어와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아무도 없이 놀리는 건 분명히 낭비”라며 “세미나가 필요한 대학원생, 시험공부 도서관 자리가 부족한 대학생이 이 카페를 사용하면 죽은 공간에서 산 공간으로 바뀌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공간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도 등장했다. ‘페어스페이스(Fair space)’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이용해 기부된 공간의 정보를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해 준다. 이 단체 구민근 대표(33)는 “자기 집 평상을 이웃에게 내놓듯 주변의 남는 공간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공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노인 계층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스페이스는 현재 치과, 펜션 등 15개 업체와 함께 공간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기부문화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눔문화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등장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기부는 돈과 물질 같은 자원에 한정돼 베푸는 범위도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공간 기부 같은 새로운 방식이 나타나 상시적인 기부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