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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접전에 눈길 뺏겨… 재미 못 본 미디어戰

입력 | 2012-12-19 03:00:00


여의도 정가에는 미디어전(戰)에서 웃는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는 말이 있다. TV를 통한 홍보의 비중이 커진 1997년 대선 이후 눈길을 끈 광고는 모두 승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쟁쟁한 광고전문가를 영입하며 치열한 대결을 예고했다. 박 후보는 변추석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장 겸 조형대학원장을 홍보본부장으로, 문 후보는 최창희 더일레븐스 대표를 홍보고문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상대적으로 이전 선거에 비해 TV광고나 찬조연설 등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막바지까지 안철수 전 후보의 선거 지원, 국가정보원 여직원 여론 조작 의혹 등 뜨거운 이슈가 긴박하게 이어진 탓이다. 공식선거운동이 끝나갈 무렵 그나마 TV 찬조연설 경쟁이 불붙으며 미디어전의 면목을 세웠다.

박 후보는 17일 마지막 찬조연설자로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을 내세웠다. 4·11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에서 문 후보와 맞붙었던 ‘박근혜 키즈’다. 손 위원장은 “정치 초년생이며 30여 년이나 어린 저에게 흑색선전을 했다”고 문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경선 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정몽준 중앙선대위원장과 이재오 의원도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문 후보는 배우 김여진 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수 이은미 씨 등 인지도 높은 인사를 내세워 상대적으로 효과를 봤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문 후보 캠프에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참여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담담하게 ‘인간 문재인’을 부각시킨 찬조연설은 현재 조회수 63만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TV광고에선 김대중 후보의 ‘DJ와 춤을’, 노무현 후보의 ‘눈물’, 이명박 후보의 ‘욕쟁이 할머니’ 같은 ‘한 방’이 없었다. 다만 흉기 테러로 인한 상처나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담은 광고가 박 후보의 감성 이미지를 보완했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문 후보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다시 보여줬을 뿐 새로운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정식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박근혜 브랜드’ ‘문재인 브랜드’를 설계하고 이를 일관되게 보여줘야 각인 효과가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초박빙 판세 속에 두 후보 모두 핵심 메시지가 흐려지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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