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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임창용의 ML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입력 | 2012-12-19 03:00:00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Show me the money(내게 먼저 돈을 보여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오는 명대사다. 미식축구 선수인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 분)은 자신을 찾아온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에게 이렇게 외친다.

대개의 스포츠 스타들이 그렇다.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기에 앞서 더 좋은 대우를 요구한다. 해외 진출을 노렸던 선수들 가운데 돈을 앞세우다 이적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투수 임창용(36)은 특별한 선수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임창용은 연봉 3억6000만 엔(약 46억 원)을 받았다. 그런데 18일 MLB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컵스는 임창용과 계약금 10만 달러(약 1억 원)에 계약했다.

알려진 바로는 임창용은 2년(1+1년)간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임창용이 내년과 후년에 최고의 활약을 보였을 때 가능한 액수다. 메이저리그가 보장되지 않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기에 경우에 따라선 채 50만 달러도 못 받을 수 있다. 연봉 반 토막 정도가 아니라 10분의 1토막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임창용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투수로 군림할 당시 그는 계약금을 제외하고 연봉 5억 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2008년 불과 30만 달러(약 3억2000만 원)의 헐값에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매년 맹활약하면서 연봉은 크게 올랐고 결과적으로 그는 일본에서 5년간 뛰면서 100억 원 이상을 벌어 들였다.

이번 메이저리그 도전도 같은 맥락이다. 야쿠르트에서 방출된 뒤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돈으로 따지면 컵스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앞뒤 재지 않고 컵스를 택했다. “충분히 재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활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게 이유였다.

내년에 임창용은 10만 달러짜리 선수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구위를 되찾는다면 2년 후에는 또 다른 ‘대박’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I will show you my ability(내가 먼저 능력을 보여줄게).”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