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에서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앞을 걷는 세경(왼쪽 사진).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야경과 초라한 비정규직 세경의 처지가 대비되는 순간이다. 세경은 달동네(종로구 창신동·오른쪽 사진)에 살며 빚 독촉에 시달리는 남자친구 인찬과의 의리를 지키지만 그에게 저금한 돈마저 떼인다. SBS TV 화면 촬영
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는 별명이 ‘청담 마녀’인 부동산 재벌 박민숙(김정난)이 청담동 명품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2010년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재벌 회장이 골프채를 싣고 검사와 골프를 치기 위해 출발하는 장면을 청담동 한 카페 앞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아예 제목부터 청담동을 내세우고 ‘이상한 나라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한 앨리스 한세경(문근영)의 ‘청담동 며느리 되기’를 다룬 작품. ‘청담동’의 느낌을 전달하는 핵심 장소는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이다. 첫 회에 세경은 명품관 앞을 걸으며 남자친구 소인찬(남궁민)에게 취직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얼마 뒤 세경은 회사에서 ‘취향이 고급스럽지 않다’며 무시당한 뒤 명품관 야경을 뒤로하고 펑펑 울고 만다. 그런 세경의 머리 너머에는 최근 개통한 ‘압구정로데오역’ 표지판이 빛난다.
화려한 청담동과 달리 세경과 남자친구 인찬의 공간은 팍팍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찬은 극중 어머니 병원비를 대느라 사채까지 쓴 인물. 그런 인찬의 집 장면은 서울에 남은 몇 안 되는 달동네인 종로구 창신동 이화마을에서 촬영했다. 인찬과 세경이 헤어지는 장면은 이화마을에서 가까운 야경 명소 낙산공원에서 찍었다. 드라마 초반, 두 사람은 ‘이렇게 가난한데 어떻게 결혼하고 애를 낳느냐’며 불야성을 이룬 서울 시내를 뒤로한 채 눈물의 이별을 한다. 과연 ‘앨리스’ 세경은 ‘시집 로또’에 성공해 명품관 앞에서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